"생계비 마련"...85만 수급자 손해보고 국민연금 당겨받아
"생계비 마련"...85만 수급자 손해보고 국민연금 당겨받아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4.03.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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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00만명 돌파 전망...5년 앞당기면 30% 적게 받아
퇴직후 '소득 크레바스' 못견뎌, 경제적 이유로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불이익을 무릅쓰고 국민연금을 애초 수령 나이보다 일찍 타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85만명에 달한다.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애초 받을 나이보다 앞당겨서 받는 것을 말한다. 국민연금을 일찍 받으면 그만큼 수령액이 깎여 손해를 보기에 '손해연금'이라고 불린다.

20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 자료를 보면, 2023년 11월 기준으로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84만9744명(남자 57만4268명, 여자 27만5476명)으로 집계됐다.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2012년 32만3238명에서 2013년 40만5107명, 2014년 44만1219명, 2015년 48만343명, 2016년 51만1880명, 2017년 54만3547명, 2018년 58만1338명, 
2019년 62만1242명, 2020년 67만3842명, 2021년 71만4367명, 2022년 76만5342명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증가해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3∼2027)'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약 96만명을 거쳐 2025년에는 107만명으로 처음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지난해 국민연금 조기수령자가 전년도와 견줘서 많이 늘었다. 이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개시연령이 2023년에 만 62세에서 63세로 한살 늦춰진 영향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퇴직후 연금수급나이를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춰 최종적으로 65세부터 받도록 바꿨다.

마침 지난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살 뒤로 밀렸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만 62세가 돼 연금을 탈 예정이었던 이들(1961년생)이 직격탄을 맞았다.

연금을 타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처지로 몰린 일부가 '퇴직후 소득공백기'를 이기지 못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서 조기수급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2년 7월에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통해 손해를 감수하며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은 이유를 살펴보니, '생계비 마련'을 첫손으로 꼽았다.

실직, 사업부진, 건강악화 등으로 소득활동을 하지 못해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이 국민연금을 조기에 신청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연금고갈에 대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중에 받기보다 하루라도 빨리 타는 게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나름 판단한 것도 주요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여기에다,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기준이 연 3400만원에서 연 2000만원으로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간 공적연금 수령액이 2000만원이 넘으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어, 좀 손해 보고 덜 받더라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다는 얘기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수령시기를 1∼5년 앞당겨서 받는 제도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어 노후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려는 취지에서였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월 0.5%씩) 연금액이 깎여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액으로 평생을 받게 된다. 즉 5년 일찍 받으면 원래 받을 연금의 70%를 받고, 4년 당기면 76%, 3년 당기면 82%, 2년 당기면 88%, 1년 당기면 94%를 받는다.

분석결과, 월평균 268만원 소득에 20년 가입한 65살 가입자의 경우 정상적으로 받으면 최초 수급때 월 연금액은 54만원이지만, 1년 앞당겨 받으면 51만원으로, 5년 앞당겨 받으면 38만원으로 감소한다.

이를 20년 동안 받는다고 가정하고 생애 총급여액으로 살펴보면, 65살 정상수급 때 1억985만원이던 연금총액은 1년 앞당기면 2.1% 감액된 1억750만원으로, 5년 앞당기면 16.2% 감액된 9210만원으로 줄어든다.

조기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가입기간(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10년이 넘어야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당시의 소득(사업·근로소득)이 일정수준(3년간 국민연금 전체가입자 평균소득 월액으로 A값)을 초과하면 안된다. 만약 조기노령연금을 받던 중에 A값 초과사실이 확인되면 연금이 중지된다.

A값 초과시기에 받은 조기노령연금은 반납해야 하며 60세가 넘지 않았다면 보험료도 내야 한다. 물론 다시 소득이 A값 밑으로 떨어지면 조기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조기노령연금 수령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오래 살 경우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면 조기노령연금은 신청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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