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도록 한 금융실명제가 도입 21년 만에 기본 골격이 크게 바뀐다.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차명거래 금지 방안이 명시되는 것으로 1993년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도입된 금융실명제에 차명거래를 막는 내용이 담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은 1일 정무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그동안 금융실명제법은 '허명'이나 '가명'에 의한 거래만 규제할 뿐,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는 규제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같은 개정안은 최근 줄이어 발견된 전직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총수, 금융그룹 회장과 관련된 은닉 재산이나 실명제법 위반 행위 등을 규율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면서 입법화 과정에 속도를 내왔다.
개정안을 보면 앞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자금세탁 등의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면 실소유자와 계좌 명의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범죄 목적의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직원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다만 동창회나 종친회, 계 등의 '선의의 차명계좌'는 허용된다.
또 차명계좌에 있는 금융자산은 원칙적으로 명의자 재산으로 추정하기로 했다. 실소유자가 이를 돌려받으려면 소송을 통해야 한다.
이는 타인 명의를 차용하려는 최초의 시도를 막자는 것으로 합의가 있었더라도 차명계좌 소유주가 자신의 재산임을 주장하면 실소유자가 이에 대항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 과태료 부과액이 최고 3000만원으로 높아지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용도 건별로 부과될 예정이다. 만일 대기업 오너과 금융사 회장 등에게 수백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해줬다면 각각의 계좌에 대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으로 금융사 직원의 책임도 무겁게 하는 것이다.
차명거래에 가담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금융위원회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등에 한해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금융회사 직원들이 고객과의 금융거래 때 실소유주에 관한 사항을 기본적인 고객 확인 사항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