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농협은행 , "고객만족이냐? 대포통장 근절이냐?"
고민에 빠진 농협은행 , "고객만족이냐? 대포통장 근절이냐?"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5.18 17:4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장개설 희망 고객들에게 금융거래목적 확인서와 증빙서류 제출 의무화

농협은행의 딜레마인가. 아니면 '두마리 토끼 잡기'인가.

농협은행이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해 통장개설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통장 개설을 원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융거래목적 확인서와 증빙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전국 농·어촌 곳곳에 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은행보다 대포통장 발급 비율이 높다. 지난해 농협은행에서 발급된 대포통장의 비율은 20%로 한 자릿수에 그친 다른 은행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의 불편은 예상하지만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대포통장을 근절해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게 은행의 취지다. 은행은 전 영업점의 신규 계좌와 의심 계좌 등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치가 평범한 고객까지 쫓아내는 결과를 가져오자 농협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현재 ▲거래 목적이 불분명한 경우 ▲집과 직장주소가 신청지점과 멀리 떨어진 경우 ▲처음 거래하는 고객 등에 대해서는 통장 개설에 앞서 깐깐한 심사를 진행중이다.

특히 최초 거래 고객에 대한 통장 발급 절차가 까다롭다는 것은 농협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바꿀 여지가 있는 고객에 대해 '까다롭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더욱이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지금까지 거래가 잦았던 고객이나 거액의 예금을 예치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통장 발급을 제한하지 않지만 이 또한 지점별로 기준이 제 각각이다.

농협은행 영업지점 관계자는 "급여통장 등 뚜렷한 목적을 제시하지 않으면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늘만 해도 통장 개설이 거부돼 화를 내고 돌아가는 손님이 있었다. 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통장 개설 거부 사례가 늘어나면 민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 난감한 것은 대포통장을 개설하려던 사람이 악의적으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농협은행은 전국 1200여곳에 가까운 지점에 '빨간 딱지'가 붙은 상황이다. 금감원은 최근 민원 발생이 많아 소비자보호에 취약한(최하등급 5등급) 금융사의 영업점 출입구에 등급 표시를 하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대포통장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포통장도 근절하면서 민원도 줄인다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나 다름없다.

은행권의 소비자보호 관계자는 "대포통장과 민원발생 모두 소비자보호를 위해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과제"라고 토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