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전산시스템 갈등 일파만파..낙하산 체제의 '지주회사 무용론' 제기
KB 전산시스템 갈등 일파만파..낙하산 체제의 '지주회사 무용론' 제기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05.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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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 이어 '지주'도 특검..'낙하산' 이 행장-임 회장 내란으로 지주사 통제기능 한계

일파만파-.

2000억원대 사업인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간 내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지주가 통제기능을 상실한 채 자회사인 은행과의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전산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관련, 국민은행에 이어 20일부터  KB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도 벌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와 은행 간에 연관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같이 검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갈등으로 인해 금융회사가 금감원에 스스로 감사를 요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어서, 검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 일정은 상당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날 국민은행은 유닉스 시스템 공급업체 경쟁 입찰에 SKC&C 한곳만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단독입찰에 그침에 따라, 은행 쪽은 5일간 더 참가업체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번 사안은 점점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사이의 대립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갈등은 주 전산시스템을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방안을 두고 불거졌다.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회의를 열어 유닉스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이후 반대표를 던졌던 이 행장과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 감사위원이 내부 감사를 통해 문제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은행 이사회는 이미 결정이 난 사항이라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B금융지주도 유닉스로의 교체 방안에 찬성하고 있다. 국민은행 이사회 중 사외이사들은  KB금융지주 쪽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 쪽은 "이사회 결정의 근거가 된 컨설팅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에 보고된 보고서에서 유닉스로 교체할 때 발생가능한 리스크 요인이 누락됐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감사팀 관계자는 "지주 정보기술(IT)기획부장이 은행 정보기술팀장들에게 리스크 관련 내용을 누락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확인됐다.

또 보고서 파일을 보내라고 해서 지주 쪽에서 내용을 고쳐서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면 감독당국에 감사까지 요청했겠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16일 감사위원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만 해도 감사위원들(사외이사)이 관련 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인지했다. 그러나 다음날 돌연 감사 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비해 임 회장이 주도하는 지주 쪽에서는 "정 위원이 감사권 남용으로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를 무력화시키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CIO)는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우선협상에 탈락했던   IBM 대표가 지난달 14일 사적으로 보낸 이메일을 받은 은행 경영진이 공식 절차도 없이 이메일 내용만으로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무는 "컨설팅 보고서에 위험사항 발생 때 300억원 비용이 든다고 나왔는데 우리가 실제로 장비를 갖다놓고 리스크를 점검하니 리스크가 안 나왔다"고 반박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전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관련 법규와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산시스템 교체가 논의된 이사회 결정 이후, (이 행장과 정 감사 쪽이) 문제가 있다는 감사 의견서를 16일 감사위원회와 19일 이사회에 제출했지만 사외이사들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감사 의견서를 제출한 과정은 적법했는지, 왜 제출한 의견서를 채택하지 않았는지 등이 규명돼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민은행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김아무개 전무가 임명된 지 5개월 만에 돌연 해임된 데 대한 의혹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에서 지주 쪽과 의견이 다른) 김 전무의 해임을 위해 지주 쪽에서 은행장에게 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주와 은행 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지주와 자회사인 은행은 각각의 의사결정기구를 두고 있다보니,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KB사례와 같이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경우에는 권력다툼으로 갈등이 커질 소지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장악력이 있는 지주 회장이 들어서지 않으면 두 사람의 최고경영자 사이에 의견조율이 어렵고 갈등이 불거질 때 판정을 외부(금융당국)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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