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C&C의 지분 4.9%를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에 매각했다.
훙하이그룹은 자회사 베스트 리프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최 회장이 보유한 SK C&C 지분 244만9천500만주를 총 3천810억원에 매입했다고 30일 대만증시에 공시했다.
이번 매각으로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 5명 등의 SK C&C 지분은 기존 48.53%에서 43.63%로 줄었다.
최 회장이 이번에 지분을 매각한 회사는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을 31.8%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SK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이 회사를 통해 최 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셈이다.
따라서 최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을 두고 일부에서는 경영권 방어와 연계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04년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이 경영권을 위협해올 당시 최태원 회장 등 SK 오너일가가 지분이 많지 않아 대응이 어려웠다. 최 회장의 사촌형 최신원 회장이 지난 5월27일 SK C&C 보통주 500주를 장내 매입하는 등 최근까지 SK텔레콤, SK, SK하이닉스 등의 자사주를 잇따라 매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훙하이에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여전히 33.1% 지분을 소유한데다 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이사장의 10.5%까지 합치면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며 “따라서 경영권과는 별개로 사업적 측면에서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최 회장의 지분 매각은 3개월 전 훙하이의 제안에 따라 진행됐으며 SK그룹도 통신, 화학 등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ICT와 접목할 수 있다는 판단해 취해진 조치로 풀이된다. 이를 보여주듯 두 회사는 ICT 사업 기회 모색이라는 서로의 셈법이 맞아떨어지면서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도 맺었다.
따라서 SK의 지배구조에는 변동이 없겠지만 SK C&C의 사업구조 개편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훙하이는 지난 27일 시간외 거래를 통해 SK C&C 지분을 사들였으며, 주당 매입 가격은 15만5천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