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일 "회사채 신속인수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신보)이 적극 협조하기로 하면서 자율협약에 대한 채권단 간 합의안이 마련됐다"며 "채권은행 자율협의회에 올릴 안건을 각 채권은행들에 배포했고 7일 최종 의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보는 7~8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제철 회사채 1100억원에 대한 차환발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3~4개월에 걸쳐 동부제철에 대한 실사에 나서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동부 쪽과 경영정상화방안 이행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자율협약 추진이 결정되면서 동부제철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는 일단락됐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총 차입금은 5조7000억원가량이다.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주요 계열사 5곳의 회사채 규모가 4244억원에 이른다. 언제든지 유동성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동부그룹 계열사 전반의 부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재벌닷컴이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 50곳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넘거나 자본잠식에 빠진 곳이 31곳이나 된다. 이번에 자율협약을 맺기로 한 동부제철(273.0%)뿐 아니라, 자산 규모가 큰 주력 계열사에 속하는 동부건설과 동부하이텍, 동부메탈의 부채비율이 각각 533.4%와 432.0%, 348.8%다.
경제개혁연구소가 내놓은 재벌 그룹들의 '연결재무비율 분석' 보고서를 보면, 동부그룹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인, 부실 징후가 두드러지는 그룹의 범주에서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2012년 기준 동부그룹의 부채비율은 398%에 이르고, 이자보상배율은 0.3에 그친다.
그룹 쪽에서 계획하고 있는 자산매각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변수다. 동부제철을 비롯해 동부의 핵심 제조 계열사들이 대체로 철강, 건설 등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구조적 불황기를 맞고 있는 업종들에 속한다. 산은은 최근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한층 어려워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