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축구,경영 리더십 '위기'
정몽규 회장- 축구,경영 리더십 '위기'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4.07.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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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참패 후유증, 현대산업개발 실적부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겸 현대산업개발그룹 회장에겐 올 여름이 혹독한 시련기다. 양쪽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축구협회장으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한 데 이어 홍명보 감독의 유임과 사퇴파문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그는 불과 몇 달 전 현대산업개발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0년 만에 적자전환하는 등 최악의 한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정 회장에게 한꺼번에 닥친 시련이다.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이어 지난해 3월 축구협회장을 맡았을 때 이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스포츠단체장의 꽃’이라 불린다. 한 해 예산이 1천억 원이 넘어 웬만한 지방자치단체보다 훨씬 많다. 또 현대산업개발그룹은 연매출 4조 원이 넘는 종합건설사로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2012년까지 흑자를 이어왔다.

정 회장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와 현대산업개발이라는 두 곳을 동시에 이끄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고 개척하는 것”이라는 아버지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말을 꺼냈다.  이어 “이 말이 대한축구협회와 현대산업개발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축구와 기업이 경쟁이라는 도전에 직면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며 “대한축구협회와 현대산업개발 모두를 미래에 당당히 맞서는 역동적 주체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말 그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축구대표팀은 월드컵에서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현대산업개발은 10년 만에 적자전환하며 흔들리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유임과 사퇴과정에서 정 회장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다. 정 회장은 애초 경험과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우려에도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당시 축구협회는 거절하는 홍 감독을 설득하기 위해 세 차례나 찾아갔다. 결과적으로 인재를 너무 빨리 등용해 앞길을 막았다는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정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총재 등 축구단체의 수장이 될 무렵부터 그에게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현대 가문의 후광’ 덕분이라는 꼬리표였다. 88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정몽준 전임 축구협회장으로 이어진 현대가문의 힘에 힘입어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런 시선 앞에서 그의 능력으로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장 자리는 그런 의구심을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월드컵의 성공은 정 회장의 능력을 증명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실패했다. 게다가 정 회장은 여전히 사촌형인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참패의 원인으로 현대가문의 인맥축구가 지목되고 있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1993년부터 16년 동안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맡았다. 2009년 그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조중연 현 동아시아축구연맹회장이 회장에 올랐다. 축구협회는 지금까지 20년 넘게 현대가 인맥에게 회장 자리를 맡겨 왔다.

이 과정에서 축구계에 파벌이 생겼고 그 결과가 이번 브라질월드컵의 참패로 드러났다. 홍 감독 역시 정몽준 명예회장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에 대한 정몽규 회장의 신뢰에 정몽준 명예회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 회장은 이제 축구협회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보다 오늘의 정 회장을 만들어주는 데 일조한 현대가문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 회장에게 3년여의 임기가 남아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현대산업개발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무보수 경영을 선언했다.현대산업개발은 지난 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10년 만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지난 해 매출액은 4조2169억 원으로 전년보다 26.5% 늘었지만 147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산업개발은 토목건축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를 피해갈 수 없었다. 2008년 5위였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 9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대상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그만큼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협의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지낼 때처럼 축구협회장이 되어서도 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 회장이 축구협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현대산업개발 경영에서 한발 떨어진 점도 현대산업개발의 지난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다.

정 회장의 축구 사랑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자동차 부사장으로 울산 현대 사택에서 살았다. 당시 울산현대 축구단의 차범근 감독이 이웃이었고 차두리 선수가 공 차는 모습도 직접 지켜봤다. 정 회장은 그때부터 축구가 친밀해졌다고 한다.

이듬해인 1994년에 울산현대호랑이 구단주를 맡았고 그 뒤에도 전북현대다이노스 구단주를 거쳐 현재 부산아이파크 구단주를 맡고 있다. 현역 구단주 중 최장수 구단주다.

그는 2011년 제9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선출됐다. 한국 축구계의 숙원이었던 프로리그 승강제도 도입했다. 선수복지연금제를 도입하고 선수의 최저연봉을 올렸다. 2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대 프로축구연맹 총재 중 가장 뛰어났다는 평가를 들었다. 정 회장은 이때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월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정몽규 회장은 ‘포니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32년 동안 한국 자동차 업계의 대부로 불린 정세영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비운(悲運)을 겪어야 했다. 그는 주주총회에서 가까운 인물을 이사로 선임해 형 정주영 회장의 노여움을 샀다. 경영권을 장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1999년 현대차의 경영권을 조카인 정몽구 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물려주고 현대차를 떠났다.

정 회장 역시 1999년 아버지와 함께 현대자동차를 떠났다. 1988년 대리로 입사해 1996년 회장에 취임한 지 3년 만이었다. 정 회장 취임 당시 2조 원이었던 현대산업개발 매출은 1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파크하얏트서울’과 용산에 있는 패션전문 백화점 ‘현대아이파크몰’ 역시 정 회장의 작품이다. .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정몽준 명예회장이 현대중공업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대주주 지위만 유지했던 것과 크게 비교된다. 그가 지금의 시련을 어떻게 극복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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