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건호 국민은행장 "조직수장으로서 무조건 미안해"
[인터뷰] 이건호 국민은행장 "조직수장으로서 무조건 미안해"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7.18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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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딴 사고로 중징계 대상..제재심의위서 세번째 소명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미안합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20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인터뷰에서 잇따른 사건·사고로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데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중징계 대상으로 사전 통보받고 조만간 징계가 확정되는 데 대해선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며 애초 스스로 문제를 제기한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이 행장과의 일문일답.

- 국민은행장으로서 1년을 지낸 소회는.

▲지난 1년 참 다사다난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로 시작해 국민주택기금채권 횡령,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주전산기 교체 파문으로 쉴틈없이 이슈가 터졌다. 이제 상당 부분 정리되는 과정이다. 이런 일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가 이뤄지고, 거기에 내가 연관됐다. 이유를 막론하고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 중징계 사전 통보를 받은 기분이 어땠나.

▲(한동안 침묵 후) 덤덤했다. 중징계 사유로 지목된 도쿄지점 일이나 주전산기 교체 모두 내가 문제를 발견해 금감원에 보고하거나 검사를 요청한 사안이다. 따라서 금감원이 들여다보면 나도 CEO로서 어떤 형태로든 입장을 소명해야 하는 자리에 설 수 있겠다는 예상을 했다.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러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 조만간 금감원의 제재가 확정되는데.

▲직원들에게 원칙과 절차, 윤리와 적법성을 지키면서 영업하라고 늘 당부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서 어떻게 스스로 원칙과 절차, 윤리와 적법성을 지키지 않았겠나. 종종 자신을 돌아보는데, 별로 부끄러운 행동은 한 적 없다. 아직 제재심의가 끝나지 않아 자세히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지만, 제재심의 회의에 지금까지 3차례 출석해서 성실하게 설명했다. 판단은 제재심의위원들의 몫이다.

- 윤리와 적법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국민은행뿐 아니라 국내 은행업 전반적인 문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실적이 모든 것을 정당화했다. 이 과정에서 적당한 편법과 반칙이 정당화되고, 동료의 등에 칼을 꽂고, 어느 정도 불법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 은행원이 '성과평가지표(KPI)의 노예'처럼 됐다. 아직도 이런 문화가 남아있다.

- 주전산기 교체 관련 문제를 제기할 때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을 예상했나.

▲예상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각오하고 무릅쓸 만큼 (주전산기 교체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이런 이슈는 일단 문제가 제기되면 애초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겠나. 그 여파로 내게 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점도 예상했다. 주전산기 교체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마당에 누가 힘이 더 세다고 그냥 덮고 넘어갈 이슈는 아니었다.

- 결과적으로 임 회장과 맞서는 것처럼 비치게 됐다.

▲행장이 회장에 맞서는 차원은 아니다. 서로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아니다. 내부에서 의혹이 제기됐고, 그걸 풀어보자는 것이다. 물론 임 회장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했다. 큰 사안은 진행 과정에서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의혹이 풀리고 사실 관계가 규명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다.

- 그 때문에 임 회장과 함께 CEO 자리가 위험한 처지에 놓였는데.

▲이만한 자리에 앉아서 자리를 보전하는 데만 신경 쓰고, 그것이 옳고 그름에 우선한다고 여기면 그건 조직에 대한 범죄다. 제 얼굴을 보는 2만2천 KB 식구들에 대한 범죄 행위다. (정병기) 감사가 가져온 (주전산기 교체 관련) 감사보고서에 믿고 싶지 않은 내용, 교체 과정에 허위와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보고서를 받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건 은행장으로서 직무유기다.

- 제재심의 결과 중징계가 확정되면 거취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 '연피아(금융연구원 출신을 '관피아'에 빗댄 말)'라는 얘기도 있다.

▲내가 보기에 연피아는 실체가 없다.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눈에 띄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몇 명 있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장영 금융연수원장,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이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연구원은 조직적으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오래 전(1999년) 연구원을 떠났다.

- 정권 실세와 가깝다는 소문도 도는데.

▲누구와 가깝다는 것인지 실명을 거론하면 답변드리겠다. 듣고 나면 오히려 '별 거 없네'라고 여길까 봐 걱정이다. 한국은 한두 사람 건너면 웬만한 사람 다 안다. 그러나 단순히 알고 지내는 것과, 정말로 (자리에) 밀어주고, (문제를) 덮어주고, 그럴 수 있는 사이와는 전혀 다르다. 내가 정말 (정권 실세의) 낙하산으로 왔다면, 원칙이니 절차니 이런 얘기를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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