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4.08.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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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시 평소 책임·신뢰 강조해온 '경영 구상'에 차질 예상

 

지난 4월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로 큰 손실을 입은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보안 강화 및 빅데이터 마케팅 활성화를 핵심으로 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또 온라인ㆍ모바일용 부정사용방지시스템(E-FDS)을 다음 달 구축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명의도용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종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카드 서비스 장애는 지난 4월 삼성SDS 과천 ICT 센터 화재로 일주일간 지속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결제 불가와 문자 알림서비스, 삼성카드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등 서비스가 마비된 것이다

삼성카드는 E-FDS가 구축되면 수집된 각종 인증정보를 통해 온라인 및 모바일 결제 과정에서 이뤄지는 이상거래 포착이 가능하다. 이전까진 사후 거래차단만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승인 자체를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또 지난 달 수원 전산센터에 인터넷ㆍ모바일용 전산 재해복구(DR) 시스템을 만들었다.당초 삼성카드는 내년 2월 차세대시스템으로 전환할 때까지 온라인ㆍ모바일 백업 구축을 미룰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 사장은 중복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난 4월 과천 데이터센터 화재 같은 일이 또 없으리란 법이 없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보안 투자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었다면 빅데이터 투자는 미래 먹거리를 겨냥한다.

지난 봄 삼성카드의 서비스 장애 사고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불만을 샀다. 특히 세계 최고 IT기업으로 꼽히는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에서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충격적이었다. 일각에서는 화재는 ‘사고’였을지라도 서비스 장애는 ‘인재’라고 평가했다. 삼성SDS에서 난 화재사고로 삼성카드가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제재절차에 착수했으며 이미  현장조사를 끝냈다. 이르면 이달 중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카드업계 상위 4개사 중 온라인 결제부문에서 재해복구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곳은 삼성카드가 유일했다.

지난 해 12월 개정된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사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재해복구시스템(DRS·Disaster Re-covery System)을 갖춘 별도의 센터를 마련해야 한다. 재해복구센터는 주전산센터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 구축해 사고 발생 후 3시간 이내에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삼성카드의 경우 오프라인 결제에 대해선 DRS를 구축해 놓았지만 온라인·모바일 결제에 대해선 그렇지 못했다.

또 최근 금감원이 IT사고에 깐깐하게 대응하며 금융 소비자 중심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중징계 예측 이유로 거론된다. 금감원은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생한 한국씨티은행 전산장애 사고 후 한국씨티은행 직원 2명에게 견책이라는 경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은 추운 날씨로 전산센터 냉각기가 동파해 서버실이 물바다가 되면서 전산업무가 마비됐다. 이로 인해 결제업무도 9시간 가까이 멈춰 섰다. 금감원이 이번 제재를 통해 그간의 논란을 씻어내려고 한다는 의혹도 삼성카드가 중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금감원은 삼성카드가 예비서버를 구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모범규준’을 내세우며 “규준상 온라인 결제 등은 카드사의 핵심 업무에 해당하지 않아 예비서버 구축 의무가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카드업무 모범규준에 온라인 결제 등이 핵심 업무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이른바 ‘삼성 봐주기’였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씻어내기 위해 금감원이 확대해석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카드에 내려질 징계수준과 삼성 봐주기 논란과는 무관하며 봐주기는 없다”고 해명했다. 삼성카드가 현재의 예측대로 중징계를 받게 되면 원 사장의 경영 구상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원 사장 등 경영진도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올 상반기에 순익 100% 증가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연출했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부사장을 지내다가 지난 해 12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부임해 왔다. 업계에선 삼성그룹이 삼성카드 등 계열 금융회사에도 '삼성전자 DNA 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높은 실적을 올린 그가 롱런할 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평소 책임과 신뢰를 강조해온 그가 당국의 징계를 받는다면 경영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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