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은 '계륵(鷄肋)'?
기술금융은 '계륵(鷄肋)'?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4.09.04 11:14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제할당제' 보다 물흐르듯 동참을 유도해야

 

계륵(鷄肋). 닭갈비란 뜻이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戰國)시대 위(魏)나라 조조(曹操)가 명한 군호(軍號)였다. 조조가 유비(劉備)와 한중(漢中) 땅을 놓고 싸울 때였다. 보급이 모자라 갈팡질팡하며 막료들도 조조의 의사를 몰라 명령을 내려 달라고 했다. 그러 마침 닭의 갈비를 뜯고 있던 조조가 ‘계륵계륵(鷄肋鷄肋)’이라고만 말했다.아무도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몰랐다.

주부 벼슬하는 양수(楊修)가 해석했다. “닭의 갈비는 먹음직한 살은 없지만 그래도 그대로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결국 이곳을 버리기는 아깝지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니 버리고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곧 철군을 의미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튿날 조조가 정식 철수를 명령하기도 전에 군대는 기다린 듯이 바쁘게 행동을 개시했다. 조조가 놀라서 그 까닭을 물으니 양수의 예언이 하도 잘 맞기에 미리 준비를 해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계륵이라는 말은 버리기에는 아깝고 뜯어 먹을 살은 없음을 나타내거나 큰 소용은 못 되나 버리기는 아까운 사물을 나타낸다.

박근혜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최근 기술금융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금융권이 고심하고 있다. 기술금융이 앞으로 독이 될지 득이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술금융은 한마디로 기술력 있는 신생 기업이 담보 없이도 금융권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경쟁력 있는 기술 중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모호했던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오른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 기술금융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의지'는 더욱 강하다. 신 위원장은 3일 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리는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를 앞두고 지난달 말 1박 2일 일정으로 현장점검에 나섰다. 주제는 물론 기술금융이었다. 경기, 충청, 영호남 지역을 돌아보며 신 위원장은 "독한 금융위원장이 되겠다"라며 "이순신 장군이 탈영병의 목을 쳤던 것처럼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현장의 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서슬'에 은행권은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담보없이 기술력만 믿고 대출을 해주라는 '기술금융'이 차후 '거대 부실'로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담보도 없고 기술도 새로운 기술인데 대출을 해주라는 것은 정말 '리스키'(위험)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이 나중에 부실로 돌아올 경우 대출을 해준 은행이나 직원에 대해 금융당국이 정말로 징계를 내리지 않을 지 의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강조했던 녹색금융처럼 기술금융도 용두사미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상대로 기술금융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도 우려한다. 상업은행인 시중은행은 예대마진을 주축으로 하면서 결제업무를 한다. 때문에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 위험이 과도한 업무를 은행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선 기술금융을 '기술투자'로 보고 모험자본이 담당을 한다. 고수익 고위험은 자본시장에서 담당해야 맞다는 설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